<인생은 아름다워>가 곧 가봉이네요. 저는 이 영화를 롯데시네마 잠실에서 대규모 시사회룰 할 때 지인과 함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뮤지컬 영화라는 소개에 한껏 기대도 됐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습니다. ‘짜치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류승룡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걱정보다는 기대가 조금 더 크긴 했습니다.
하지만, 류승룡 배우가 술집에서 처음 노래를 하는 순간, 제가 다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대폿집에 앉아있던 엑스트라들이 일동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춤 연습이 부족한 건지, 안무 연출이 아쉬웠던 건지, 노래가 너무 익숙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보기 민망했습니다.
참고로 노래는 이문세 노래가 많고, 전반적으론 옛날 노래, 추억의 명곡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런 지점이 익숙해서 좋을 수도, 새로운 노래를 기대했던 저같은 관객들에겐 실망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이 생경한 감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쉽사리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지나고보니, 제가 뮤지컬 영화라는 말에 뮤지컬 특유의 파워풀한 발성과 가창력을 기대했던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 말인 즉, 노래와 춤은 기대 이하라는 뜻이겠지요?
또 아쉬운 점은 이 노래들이 그 노래 자체만으로는 명곡들이지만, 드라마에 잘 녹아들지 않고 겉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입니다.
<레미제라블> 같이 드라마와 노래가 어우러져서 각 인물의 속마음을 표현해내는 독백처럼 들리는 처절한 외침을 기대했던 저에게 이 영화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왜 굳이 노래를 따로 만들지 않고 기성곡을 썼던 것일까요?! 그 선택이 옳았던 건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옹성우 배우가 그나마 가수 출신이라 그런지 춤을 잘 추더군요..
드라마와 따로국밥처럼 겉도는 노래들과 어색한 율동들이 없어도 극은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입니다. 오히려 노래와 춤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감정을 분리시킨다는 느낌을 받게할 정도입니다. 염정아 배우와 류승룡 배우의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드라마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분명 신파적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그 장면들이 기분나쁠 정도의 불쾌감을 선사하는 신파는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계속 보다보면, 내성이 생겨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도 그러려니 보게 됩니다. 참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관람 경험을 했다랄까?
류승룡 배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노래는 살짝 아쉽더군요. <레미제라블>에서 러셀 크로우와 같은 음역 대로 노래를 부르는데, 뭔가 감정이 더 절제되고 음을 맞추는데 더 집중한 느낌이랄까요? 감정의 파토스를 담아내는 노래가 아니니, 듣기 좋으라고 잘 정돈해서 부르는 느낌입니다.
뮤지컬 장르의 매력은 인물의 감정이 드라마에선 감춰지지만, 춤과 노래를 통해서 폭발하며 관객들을 전염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없더군요.
그럼에도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아내 역할의 염정아 배우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최국희 감독이 보여준 마지막 선택의 담백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겠지만, 마지막 선택은 오히려 신파스러웠던 앞의 분위기와 다른 담백한 압축을 통해, 남편의 상실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서 감동을 느끼는 관객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굳이 뮤지컬 영화였어야만 했을까? 란 생각이 강하게 스치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미덕을 가진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란 생각이 들더군요.
한줄평
춤과 노래가 없어도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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