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점
- 7.2 (2003.04.18 개봉)
- 감독
- 박찬옥
- 출연
-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 서영희, 임미현, 최진영, 오유경, 남일우, 이진숙, 김꽃비, 공호석, 손정환, 조영혜, 최정화, 신승리, 정석규, 민복기, 성노진, 홍재범, 채희재, 이성찬, 권상희, 박은솔, 채연, 주효만, 지춘성, 김태우, 이지연, 이수빈, 한상이, 유금화, 김재흠, 최은승, 지승학, 문정치, 정혜경, 전헌태
오랜만에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을 다시 봤습니다.
2003년에 개봉한 박찬옥 감독의 작품으로, 박해일, 문성근, 배종옥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와서 VHS데크로 봤습니다. 거진 20년 전이군요 벌써...
박해일 배우는 최근에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았었죠. 1977년 생으로 이젠 불혹을 넘긴 중년 배우가 됐지만, <질투는 나의 힘>에서 박해일은 아직 20대의 풋풋함과 어설픈 청춘의 표상입니다.
문성근 배우와 배종옥 배우는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20년 동안 자기 관리를 잘했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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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와인과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그 시대의 공기를 밀봉해놓은 통조림 같다고 할까요? 당시엔 모르지만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한 시대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영화를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보게 되면 다른 것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질투는 나의 힘>에서 대우차 에스페로와 마카레나 춤 같은 것들이죠. 이젠 도로에서 에스페로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카레나 춤을 추는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들 말고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아주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외도 상대 밑에서 일하게 된 남자가 그 남자와 결국 한 집에 살게 되는 이야기거든요.
이렇게 짧게 요약해보면 무슨 영화가 막장 드라마인줄 알겠지만, 그게 또 아닙니다. 오히려 미숙한 남성과 완숙한 남성 사이의 권력관계를 세밀하게 그린 정밀화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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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긴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요새 개봉한 영화들만 봐도 다들 탑 배우들이 떼로 나와 판을 키우고 스펙터클이 넘쳐나지만, 이야기는 빈곤한 영화가 많습니다. CG 기술의 괄목한 발전으로 이젠 표현의 가능성도 커졌지만, 아이러니하게 제겐 더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외국의 히어로물들은 저도 재밌게는 보는 편이지만, 처음 볼 때뿐이고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래도 유일하게 <스파이더맨 2>는 여러 번 봤습니다. 나름 미장센과 형식적으로 생각해볼거리가 눈에 띄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마블 영화들은 현란한 스펙터클을 걷어내면, 다시 보고 싶은 매력이 없는 이야기뿐입니다.
단순한 취향의 문제일까요? 아님 제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징조일까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승승장구하는 한국 영화와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모순은 아니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창작자의 역량을 뒷받침해주는 거대 자본(CJ, 넷플릭스)의 힘이 없었다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CJ가 한국 영화 산업에 기여한 공로는 칭송받아야겠지만, 동시에 현재 영화 산업이 천편일률적으로 안전지향적인 선택만을 반복하고, 새로운 영화가 나오지 못하는 환경에 대해선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질투는 나의 힘>도 제작 당시에 투자가 안 돼서 만들어지지 못할 뻔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투자자나 제작자들 눈에는 이 영화는 돈이 안 되는 영화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만들어져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입니다.
지금 만들어지는 소위 대작 영화들도 20년이 지난 후에 누구 하나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대작 영화, 텐트폴 영화, 블록버스터 같은 자본과 기술, 예술의 절묘한 배합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들은 수십 년이 흘러도 살아남았습니다. <타이타닉>도 1997년 작품이니 25년 전 영화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에겐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은 강하게 박혀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평점
- 9.1 (1992.12.18 개봉)
- 감독
- 로브 라이너
- 출연
-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케빈 베이컨, 키퍼 서덜랜드, 케빈 폴락, 제임스 마샬, J. T. 월쉬, 크리스토퍼 게스트, J.A. 프레스톤, 맷 크레이븐, 울프갱 보디슨, 잰더 버클리, 존 M. 잭슨, 노아 와일, 쿠바 구딩 주니어, 로렌스 로우, 조슈아 말리나, 오스카 조단
최근에 <어 퓨 굿 맨>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질투는 나의 힘> 보다 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재밌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도 이런 영화를 만들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젠 마블 히어로물이 주류가 된 느낌입니다. 드라마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클래식 영화들의 빈자리를 저만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는 아직 개봉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즈음, 보게 될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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