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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부자 엄마 가난한 엄마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정서경 작가의 첫 드라마라는 것에 흥미가 생겨 보게 됐는데, 보다 보니 굳이 여성이 아니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클래식한 드라마란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는데 이제까지 총 4화를 봤습니다. 부자 엄마와 가난한 엄마, 그리고 엄마 되기라는 키워드로 4화까지 보며 든 생각들을 좀 적어볼까 합니다.

 

 

 

 
작은 아씨들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
시간
토, 일 오후 9:10 (2022-09-03~)
출연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위하준, 엄지원, 엄기준, 김미숙, 추자현, 강훈, 전채은, 이민우, 공민정, 조승연, 박보경, 장광
채널
tvN

 

 

1. 가난한 엄마

 

이 드라마의 모든 갈등은 돈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화에서 오인주(김고은) 와 오인경(남지현)이 옛날이야기를 추억하듯, 가난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 화면엔 교복을 입은 오인혜(박지후)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가난했던 '추억'이 마치 과거의 일이었다는 듯...

 

하지만, 이내 인혜가 허름한 옥탑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서 인주와 인경과 마주치는 순간, 두 언니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가난에 대한 한풀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두 언니의 씁쓸했던 기억을 결코 자신의 막내에게만큼은 되풀이되지 않게끔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두 언니 모두 돈을 벌 나이로 성장했음에도 가난의 굴레는 쉽게 벗어던질 수 없어 보인다. 언니들의 막내 인혜에 대한 사랑에 비해 막내에게 필요한 돈은 너무나 많았다. 

 

 

오인주 (김고은)

 

 

 

미술에 소질이 있는 동생을 위한 언니들은 어렵게 돈을 모아 유럽 수학여행비를 구해주지만, 엄마는 돌연, 엄마로서의 의무에서 해방된 한 여성의 삶을 살겠다며 인혜의 수학여행비를 챙겨 아버지가 있는 필리핀으로 야반도주한다.

 

가난한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거부하고 떠나자, 남은 두 언니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엄마 역할을 떠맡게 된다.

'가난한' 것은 둘이 합쳐 극복할 수 있고, 무책임한 '엄마'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며...

하지만, 자매들은 엄마가 담아두고 떠난 열무김치의 맛에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나는 이 장면에서 두 자매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우리들이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작은 아씨들 포스터

 

 

2. 부자 엄마

 

인혜가 동경하는 엄마는 오뚝하고 예쁜 코를 가진 다정다감한 친구 효린(전채은)의 엄마 원상아(엄지원)다. 인혜는 친구 효린이와 가깝게 지내며, 사실상 부재한 부모과 능력보다 마음만 앞선 두 언니를  대신해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길 희망한다.

 

친구 효린의 자상화를 그려주며, 이제껏 친엄마에게서 받지 못한 애정과 관심을 받는다. 정서적 동일시를 이루고 싶은 대상을 찾은 것이다. 

 

드라마는 초반 몇 화를 통해 오인 주의 이야기와 오인경의 이야기가 서로 별개로 진행되는데, 각자의 이해관계가 결국원령 그룹에 수렴하게 되며, 비로소 세 자매와 원령가 사람들의 대립이 분명해진다.

 

하지만, 원령가의 박재상(엄기준)과 원상아(엄지원), 딸 박효린(전채은)은 악인이 아니다.(적어도 4화까지는 아직..) 결국 문제는 돈이다. '내 자식은 내 돈으로 키우겠다'는, 가난한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답습한 언니들의 마음이 극의 동력이 된다.

 

 

돈이 있는 엄마와 돈이 없는 (대리) 엄마들의 대립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오인경 (남지현)

 

 

 

3. 엄마 되기

 

나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도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인주와 인경의 일방적인 사랑은 막내를 더욱 옥죄게 하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엄마의 빈자리를 자신들이 채우려고 하는 첫째 인주와 둘째 인경의 강박적인 사랑과 관심은 막내 인혜가 필요로 한 종류의 사랑은 아니다.  이 지점이 극을 흥미롭게 해 준다..

 

주인공의 반대편에 선 상대적 악은 돈 많은 집안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악한 인물이라거나 불법을 자행하는 악의 근원은 아니다. 살아가며 누구나 저지를 수준의 편법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들일뿐이다. (끝까지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그렇게 보인다)

 

두 언니들의 욕망은 자신들이 받지 못한 사랑과 경제적 빈곤을 막내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욕망은 강박적으로 나타나는데, 문제는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술 취한 인경이 인혜의 친구인 효린의 집에 찾아가 주정을 부리는 식으로 말이다.  선한 의도와 달리 표현 방법은 자기에게 편리한 방식일 뿐이다. 이런 면에서 인주와 인경의 인혜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병적이다.

 

자신들의 콤플렉스를 막내를 통해 앙갚음하듯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자신들이 받지 못한 사랑과 경제적 풍요로움에 대한 피해의식의 산물이다. 가난이 그들의 시야를 좁게 만든 것이다.

 

 

 

오인혜 (박지후)

 

 

 

돈이 없으면 삶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무리하게 되기 마련이다.

 

막내는 자신 때문에 언니들이 무리하며 고통을 감내해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지점이 인주, 인경과 인혜의 큰 차이점이다. 자신들이 받지 못한 사랑을 막내에게 쏟으며 자신들의 결핍을 충족시키며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언니들과 달리, 막내는 사랑받지 못하고, 무능한 부모의 무신경한 보살핌에 무감각하다. 아니, 가족들에게 애초부터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편이 더 적절하다. 그런 면에서 인혜는 가장 현실적이다.

 

그 대신 인혜는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그 결핍을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문제는 그 관계가 부잣집 가족의 하녀가 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이다. 가난한 예술가가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니들에게는 그것이 비극의 시작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 모든 것은 대가가 따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은 이렇듯 가족 간의 어긋난 사랑과 돈이 얽혀있다.

 

 

 

 

4. 존경하고 싶은 남자들

 

이 드라마를 보며 또 눈에 띄는 점은 남자들이 하나같이 젠틀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오정세 배우가 맡은 역할만 빼고 나머지는 여자에게 상냥하다. 그 끝판왕은 인경의 단짝으로 나오는 하종호(강훈)다. 요리도 잘하고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에 훈훈한 외모... 하종호란 캐릭터는 여성들의 남자에 대한 판타지의 결정판은 아닐까 싶다.

 

하종호 (강훈)

 

 

 

첫째 인주에겐 최도일(위하준)이 있다. 공동의 목적을 위해 만난 비즈니스적 관계지만, 고수임(박보경)과 달리 매너를 장착하고 있다. 이 또한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희망사항의 적극적인 반영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도일 (위하준)

 

 

정서경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여성을 멋지게 다루려고 한다는 식의 말을 한 것이 떠오른다. 이번엔 정서경 작가가 남성들을 멋지게 다루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물론 최고의 빌런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박재상(엄기준)이다. 아직 극 초반이라 그의 속내가 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난초와 관련된 미스터리 한 살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지점이 극의 중후반을 끌고 가는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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