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세계테마기행과 같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프로를 찾아보게 된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텔레비전의 백색소음이 필요할 때 이런 프로들을 작은 소리로 켜 놓는 게 가장 좋기 때문이다. 잘 들어보지도 못한 이국의 언어들이 나오면 더욱 좋다.
그러다 흥미로운 볼거리가 나오면 고개를 들어 화면을 쳐다본다.
유튜브로도 보고, 최근엔 넷플릭스에서도 아예 시리즈가 방영되기도 해서, 그때그때 필요하면 아무데서나 챙겨본다.
오늘 보게 된 것은 중국편이다.
세계테마기행 "한시로드-영웅호걸전 1부" '태백루에서 만난 이백의 시와 삶' 편이다.
이백이란 시인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잘은 모른다.
그런데, 방송에서 나온 시 한 구절이 인상 깊어 블로그에까지 옮기게 됐다.
과거에 떨어지고 관직에 오르지 못한 채 술을 벗 삼아 전국을 방랑했을 이백의 삶이 그려졌다.
후대에 이르러 두보와 함께 '이두'라 불릴 정도로 추앙받게 되지만,
이백이 살던 그때의 현실은 답답함과 괴로움의 연속은 아니었을까?
내 맘 같지 않은 세상 일에 치이다, 한 잔 술에 의지해서야 세상을 비웃어 버릴 수 있는...
이백은 어쩌면 허풍을 세게 늘어놓는, 구라가 센, 재미난 아저씨는 아니었을까?
三盃通大道 삼배통대도
석 잔 술에 큰 도에 통하고
一斗合自然 일두합자연
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가 되니
(월하독작 중)
술 세 잔에 도에 통달하고, 한 말이면 자연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으니...
이백은 세 잔 술에 취기가 오르고, 한 말의 술이면 꽐라가 되는 것이었을까?
사실이 어찌 되었건 알 수 없지만,
나도 나이를 먹어 가다 보니, 위대한 성현들도 이젠 아는 아저씨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뭔가 한 가지만은 기막히게 잘하는 아저씨랄까?
이백은 술 마시면서도, 꾸준히 시를 쓰는 거 하나만큼은 기막히게 잘 한 걸 테고...
그 시대에 트위터가 있었다면, 트윗을 엄청 날렸을 것 같다.
이젠 교과서에 이름을 올리는 위인들의 업적 뒤에 가려진,
그들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더 궁금해지는 나이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나는 일체의 억압과 규율과 법칙과 당위와 예외들 속에서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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