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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

감독 박대민
개봉 2022.01.12.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범죄, 액션
국가 한국
러닝타임 108분
배급 (주)NEW

빛나는 송새벽



티빙에 올라온 <특송>을 봤다.


좋았던 점으론…

1. 단연코 돋보이는 송새벽 배우의 건들건들한 악질 경찰 연기

전라도 사투리를 활용한 코미디 영화에 나오면서 자신의 재능을 소비하던 시기를 지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송새벽 배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레옹>의 게리올드만이 연상되는 클래식한 슈트 차림에 찰진 대사들이 살아있었다. 그 캐릭터가 할법한 대사들도 좋았고, 그걸 연기하는 송새벽도 좋았다. 여러 장면을 돌려서 다시 봤을 정도^^


2. 카체이싱과 액션신.

<베이비 드라이브>를 많이 참고한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성의껏 찍은 한 장면 한 장면들이 주는 쾌감은 강했다. 액션신도 인상적인 엣지는 없지만, 눈 요기하기엔 충분했다.


3. 여성 주인공과 아이를 앞세우고자 했던 의도

한국 영화계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드문가운데, 박소담이란 매력적인 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시도 자체는 지지하는 바이다.



아쉬운 점으론…

1. 단연 이야기 전개… 스토리 부분이 제일 약점인 듯하다.

액션과 카체이싱에 주력한 선택과 집중 때문이었을까? 적당히 여자 주인공을 앞세우면, 아이에 대한 모성 본능이 생긴다고 착각한 걸까? 매력적인 송새벽 배우 말고, 주변 캐릭터들은 모두 단편적으로밖에 서사에 기능하지 못한다.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해지지 못하고, 예측가능성의 영역에서 남게 된다.


2. 은하(박소담 배우)와 서원(정현준 배우)를 어떻게 처음 대면시킬 것인가의 문제.

영화는 오프닝에서 은하의 드라이빙 실력을 뽐내며 시작한다. 그리고 연이어 초반에 서원의 아버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 두 사람의 대면에서 서원의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왜 보여준 것일까 싶었다. 은하가 특송을 위해 나간 자리에서 바로 서원을 만나야 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바로 만나긴 하지만, 요지는 초반 서원 아버지의 분량이 모두 빠져도 좋다는 말이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을 확인하고 사람을 배송한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야반도주 하려는 사람이 자기 신분을 드러내고 접선을 할까?(이런 현실적인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불필요한 시간을 초반부에 서원의 아버지에게 쏟게 만든다. 좀 더 경제적인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다.(드레스 코드 하나만 알고 간다든지…) 그렇지 못한 것이 영화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장면들을 연이어 만들어낸다. 서원의 아버지가 서원을 컨테이너 창문으로 내보내는 장면, 서원을 태운 은하의 차와 경필(송새벽 배우)의 차가 야구장 옆길에서 대치하는 장면에서 불쑥 튀어나온다든가…하는 억지스러운 장면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3. 아역 배우를 발암유발 캐릭터로만 소비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아이다움=(의도치 않게)위험을 초래한다.’는 쉬운 판단에 기인한 것 아닌가 한다. 서원이가 야구장에서 볼을 던지는 아버지를 촬영하는 것 때문에 경필이 그의 위치를 찾아낸 것으로 나온다. 물론, 위치 추적을 한 악당들이 잘못이지, 아이의 순수함이 잘못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 관객들은 아이의 그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목도하게 됨에 따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의도치 않은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시키는 장면들은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의외로 치밀하고, 의심도 많고, 걱정도 하고, 생각도 깊다. 또한, 모텔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뉴스로 접하고 큰소리로 우는 서원이 때마침 뒤쫓아 온 악당들에게 적발된다는 설정 또한, 그럴 수 있지만,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장면화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부분에선 은하의 캐릭터 설정의 아쉬움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생사가 오가는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은하는 서원의 싸대기를 때리던, 입을 틀어막든, 강하게 제지를 했어야했다. 그게 현실에선 물론 아동학대이겠지만, 그렇게 극단까지 치닫는 인물을 통해 상황의 급박함과 인물의 성격을 드러냈어야했다. (은하는 너무 착하기만 해서 매력이 떨어지는 인물로 묘사된다} 추후에 이런 신체접촉이 뒤에가서 앙금이 생기거나, 삐지거나 했다가 나중에 이해와 화해의 과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은하 캐릭터는 초반부에 결정되고 나면, 변하지 않는다. <아저씨>의 여자버전이랄까?

 

3. 자연스럽게 세 번째로 가면, 주인공 은하의 캐릭터의 깊이가 낮다는 것이다.

그만큼 여자와 아이가 나오니 당연히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할 거라는 기대를 약간이라도 벗어나야 하는데, 그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들은 무척이나 허술하다. 나름 신경을 쓴 부분처럼 보이긴 하지만, 전석호 배우의 이상한 웃음소리에 다시 아이를 찾으러 가는 것만으로는 은하의 성격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소년과 여성의 서사로 좋은 예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글로리아>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 작품을 참고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피해가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그 부분이 거칠고 차가운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비록 여성 주인공이 마냥 착하진 않고,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찡찡대지 않지만, 아이의 순진함과 여성의 공감능력…이런 것들을 <글로리아>에서는 더 잘 느낄 수 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amp;lt;글로리아&amp;gt;


4. 또 아쉬운 점으론 주변 인물들의 활용


김의성 배우는 그나마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우실장(오륭 배우)과 아시프(한현민), 한과장(엄혜란) 캐릭터는 단편적으로 소비되고 끝나버린다. 한현민 배우의 활용을 보면 특히나 안타깝다.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초지일관 주변에서 멤돌다 결국 다치고 끝나고 만다… 연장을 들었을 때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 바로 얻어터져서 끌려온다. 그리고 이 후에도 별다른 활약이라곤 없다.


한과장 캐릭터도 심각하다. 처음엔 <델마와 루이스>에서의 하비 케이틀을 기대했던 건 역시… 무리였나? 한과장과 은하는 극중에서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 두 명이 이렇게 한 마디 대사 조차 없이 끝나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가 주변 캐릭터들을 부품처럼 사용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과장 역할이 필요했던 이유는, 경필이 은하를 쫓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엔딩에서 은하를 구해내고 사건을 뒷수습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한과장이 운전을 못하고 주차할 때 차를 긁는다는 설정은 한 번 나오고 끝나버린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두 여자를 쫓는 경찰로 분한 하비 케이틀 정도는 아닐지라도, 뭔가 역할이 있었어야지…


뭐 적다보니, 계속 할 이야기가 나와서 그만 마무리하려 한다.
코로나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는 것을 항상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영확를 좀 더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영화를 보고 울어본 적이 언제인가? 가슴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가?
특히나 한국영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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