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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포스터

 

연애 예능을 넘어선 청춘의 자아 찾기  <환승 연애>

 

이 안에 내 X가 있다

최근 막을 내린 <환승 연애>를 무척 재밌게 봤다. 덕분에 매주 금요일 저녁이 행복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게 됐지만, 끝에 가서는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 마치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 무엇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기억을 반추해보며 나를 돌아보기 위해 글을 적는다.

 

 

 

당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프로그램의 설정을 처음 접하곤, 막장 연애 예능으로만 생각했다.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런 프로에 나온 일반인들은 모두 유명세를 원해서 나온 걸까? <짝>과 같은 다큐 예능의 모방작이겠거니 하며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1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어긋났다는 걸 알게 됐다. 기분 좋은 어긋남이랄까?

 

왜 이 프로그램에 나오게 됐나요?

매력적인 출연진들의 솔직한 태도와 진정성 어린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유명세를 떨치거나, 사업을 홍보하려는 듯한 의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런 느낌을 준 가장 큰 원인으론 출연진들의 진심 어린 마음과 순수한 태도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런 관찰 다큐 형식의 연애 예능을 잘 설계한 제작진의 역량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감정을 다루면서도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며 세심하게 출연진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화면 너머로까지 잘 전달됐다.

 

헤어진 연인과 함께 방송에 나오기 위해선 일단 서로 좋게 헤어져야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 서로 학을 뗄 정도로 안 좋게 헤어졌다면, 굳이 다시 얼굴을 보고 싶진 않을 테니 말이다. 또 다른 전제는, 적어도 한 사람은 미련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연자 중 이주휘 씨와 윤정권 씨는 헤어진 연인과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케이스다. 곽민재 씨와 이코코 커플은 어린 시절 이미 연예를 끝마친 상태로, 이젠 이별이 추억으로 포장된 시점에서 출연하게 됐다. 

 

헤어진 연인과 다시 잘 해보고 싶다는 욕망

 

헤어진 연인에게 마음이 남은 출연자들의 확고해 보였던 욕망이 변해가는 모습에 공감하게 되고, 그들의 선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윤정권 씨와 이주휘 씨를 비교해 보면 그 변화가 확실하게 파악된다. 윤정권 씨는 이혜선 씨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심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고민영 씨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는 더 이상 옛 연인이었던 이혜선 씨가 아니라, 이곳에서 새로 만난 고민영 씨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 이주휘 씨는 연인이었던 고민영 씨와 다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회에서 고민영 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여기서 사랑이 변했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일 것이다. 사랑의 종착지에 닿기 전까지 우리는 항상 사랑의 나침반에 따라 움직일 뿐이란 걸 모두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이런 인물들의 첫 욕망이 변해가는 과정에서 극의 몰입감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런 감정 변화는 초기 기획 단계에서 예상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 웹소설과 웹툰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라면, 환승 연애의 감정은 카메라로 촬영되고, 제작진의 개입이 일정 부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날 것의 실제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신뢰를 얻게 된다. 이렇게 획득된 사실성이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랑을 위해 직진하는 청춘 남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한 커플이 탄생하면, 누군가는 선택받지 못한다는 숙명적인 결과가 이야기의 비극성을 강조해준다. 우리는 누구나 선택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을 테니, 그 아픔에 쉽게 감정이입해서 동요하게 되는 것이다.

 

 

자꾸 신경 쓰여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여러 출연자들을 통해 반복되는 말이 있다면, 바로 신경 쓰인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 표현의 반복을 유심히 보신 분도 있을 테고, 그저 흘려들은 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대사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과 맞닿아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는데, 그 사람이 자꾸 신경 쓰인다. 

 

신경 쓰인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무관심한 상대에게도 신경이 쓰일 수 있겠지만, 그때의 신경 쓰인다는 표현은, 걸리적거린다는 말에 더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출연자 중에서 특히 고민영 씨와 이혜선 씨의 태도를 비교해 보면, 이 말뜻이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고민영 씨는 초지일관 자신만 바라보는 이주휘 씨가 싫지 않다. 하지만 헤어진 상태이고, 젊은 나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며 자신이 몰랐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그에게 윤정권 씨가 다가와 적극적인 호감을 표한다. 그러자 고민영 씨는 흔들린다.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고민영 씨는 자꾸 이주휘 씨 눈치를 보게 된다. 단지 옛 남자 친구였기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자신도 상대에게 아직 호감이 남아있고, 상대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혜선 씨는 윤정권 씨에게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 윤정권 씨가 자신을 아직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하고 며칠 안 지나서, 윤정권 씨의 마음이 고민영 씨에게로 기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충격을 받는다. 항상 자신만을 바라봐주던 사람이 더 이상 나를 봐주지 않을 때 느끼는 서운함과 실망감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이런 감정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특별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일에 윤정권 씨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며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윤정권 씨에 대한 호감을 비로소 확인했던 당일에, 윤정권 씨로부터 문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영화적인 사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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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에게 남아있던 자신의 속마음을 발견한 순간, 자신만을 바라보던 사람의 변심을 목격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쉽게 외면해 버리거나 안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한 집에서 생활하며 그 사람과 매 순간 마주쳐야만 한다면? 결국 이혜선 씨는 중간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누구라도 그 아픔과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다시, 고민영 씨의 입장으로 와서, 그에게는 옛 연인인 이주휘 씨의 마음과 새로이 알게 된 윤정권 씨의 마음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두 사람이 자꾸 신경 쓰이는 것이다. 자신도 자기 마음에 확신을 갖기 어려운 순간에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엔 최종선택을 해야만 한다. 고민영 씨는 고민에 빠진다. 이런 순간에서 선택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더 신경쓰이는 사람이 누구였는 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되물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결국 최종일에 이주휘 씨의 차 안에서 최종 선택을 해야만 할 때서야 비로소, 내가 이 사람을 놔두고 차에서 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건 아닐까? 제작진이 연출한 극적인 상황이 출연자의 선택에 확신을 보태준 것이다.

 

자꾸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나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하지만, 때론 자신 조차 자기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서야 우리는 어떤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속 마음을 깨닫는다. 선호민 씨가 헤어진 연인인 김보현 씨에게 차갑게 굴다가, 제주도에 가서야 비로소 곽민재 씨와 김보현 씨의 관계를 목격하게 되면서,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뒤늦게 발견했듯이 말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들 말한다. 살다 보면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사람과 함께 궤도를 돌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고 궤도를 이탈한다면, 궤도를 벗어난 위성처럼, 그 사람의 궤도로 복기하기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선량한 상대를 원하는 우리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보여준 진솔한 태도와 도전은 귀감이 된다. 자신이 외면했던, 혹은 보기 싫어했던 나의 속 마음은 무엇인지... 우리의 감정은 얼마나 많은 사소한 오해로 인해 조작되고 있는지... 하지만, 문제는 항상 내 앞에 닥치면 이런 이성적인 생각들이 잘 안 된다는 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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